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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플레이어스의 핵심, TPC쏘그래스 17번 홀

남화영 기자2024.03.16 오전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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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드에서 라이언 폭스의 17번 홀 티샷 [사진=PGA투어]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 5의 메이저’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2500만 달러)의 단 하나 볼만한 장면을 꼽으라면 두말할 나위없이 파3 17번 홀의 티샷이다.

1974년 시작한 PGA투어의 간판 이벤트인 더플레이어스는 1982년부터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투어 본부 바로 옆에 있는 TPC쏘그래스 스타디움 코스(파72 7275야드)에서만 열린다. 그런데 이 홀에서만 3만6천여 명의 갤러리가 운집해 선수들의 샷을 관람한다. 무려 11대의 카메라가 다양한 앵글로 기기묘묘한 상황까지 다 잡아낸다.

현대 코스 설계의 거장 피트 다이의 개성이라면 18홀 중에 아일랜드 파3 그린 홀을 하나씩 만든다는 데 있다. 대표 모델이 넓은 호수 가운데 130야드 내외의 동그란 그린만 덩그러니 떠 있는 극단의 보상과 벌칙을 가리는 이 홀이다. 한국오픈이 열리는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 13번 아일랜드 홀도 다이의 아들 페리 O,다이가 부친의 철학을 계승해 만든 것이다.

1980년에 개장한 TPC쏘그래스는 그린에 바짝 붙은 위협적이고 가파른 벙커들, 호수를 따라 페어웨이가 흐르는 도전적인 홀들이 많다. 벙커는 88개에 워터 해저드는 17개이다. 하지만 설계가 다이는 ‘사드백작’이라 불린 유명세답게 경기가 클라이막스로 치달은 이 홀에서 프로 선수들이 좌절하는 모습을 갤러리나 시청자가 보고 즐기게 만들었다.

17번 홀에서 역대 물에 빠진 공 내역 [사진=PGA투어]

거리는 코스에서 가장 짧은 137야드에 불과해 선수들에게는 웨지샷 거리지만 그린 지름이 23미터가 되지 않고, 대회 때면 매번 예측 불가의 바람이 불어 정확한 거리 측정이 어렵다. 그리고 공이 그린에 올라도 런이 있으면 반대편 가장자리까지 굴러가 빠진다. 드롭 존에서 한 세번째 샷이 물에 빠지는 일도 종종 발생해 선수들은 이 홀에서 극도로 긴장한다.

PGA투어의 샷집계 시스템인 샷링크가 지난 2003년 출시된 이래 다양한 데이터가 집적됐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2007년에는 4라운드 동안 가장 많은 93개의 공이 이 홀에서만 물에 빠졌다. 그해 1라운드에만 50개가 수장됐다. 가장 적게 물에 빠진 해는 2014년으로 28개였다. 그해 3라운드에서는 선수들이 70명 정도 줄었지만 단 1개의 볼만 물에 빠졌다.

지난해까지 20년간 누적된 결과를 보면 1라운드에서 342개로 가장 많고 2라운드는 296개로 소폭 줄어든다. 주말 경기는 3라운드가 154개로 가장 적고 마지막날은 198개였다. 지난해까지 총 990개였으나 올해 첫날 드디어 1천개째를 돌파했다.

보 호슬러의 1천번째 물에 빠지는 샷. [사진=PGA투어]

올해 1라운드에서는 샘 라이더가 이홀에서 안타까웠다. 티샷은 그린에 잘 떨어져 내리막을 타고 백스핀도 잘 걸려 홀로 향했다. 하지만 홀을 스치고 지나간 공이 그대로 물에 빠졌다. 드롭존에서 한 세번째 샷도 홀을 훑고 지나쳤다. 이날 10번째이자 역대 1천번째 물에 빠뜨린 선수는 보 호슬러(미국)로 티샷이 약간 길어서 그린에 떨어진 뒤에 굴러서 뒤쪽 호수에 빠졌다.

지금까지 물에 가장 많이 빠뜨린 불운의 선수는 애런 배들리(호주)로 무려 누적 13번이었다. 리브골프로 이적한 브룩스 켑카가 10번, 역시 이적 선수인 필 미켈슨(이상 미국)과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이 각각 9개씩이다. 한편 이 홀의 최악의 스코어는 2005년 밥 트웨이의 9오버파 12타였다. 안병훈이 2021년 첫날 기록한 11오버파가 두 번째다.

17번 홀에서의 홀인원 내역 [사진=PGA투어]

반면 이 홀에서 홀인원을 해 환희와 열광에 휩싸인 경우도 많았다. 1986년 1라운드에서 브래드 파벨이 홀인원을 한 것이 시초다. 올해 첫날은 124야드로 세팅되었는데 라이언 폭스(뉴질랜드)의 14번째의 홀인원이 나왔다. 지난해는 1라운드 헤이든 버클리를 시작으로 3라운드 아론 라이(잉글랜드), 4라운드에 알렉스 스몰리(미국)까지 3개나 쏟아졌다.

올해 한국 선수는 5명이 우승에 도전한다. 첫날 안병훈이 3언더파로 상위권이다. 2017년 우승자 김시우와 임성재는 2언더파로 상위권에 도전할 만하다. 이경훈, 김성현은 컷 통과가 관건이고 김주형은 1라운드 도중 고열로 기권했다.

JTBC골프&스포츠와 JTBC골프에서 15일 밤 10시부터 대회 2라운드를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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