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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리디아 고

이지연 기자2017.05.11 오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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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리디아 고는 한층 성숙해지고 단단해졌다.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더 행복해졌다.[사진 고성진]

2017년 4월 24일.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발룬티어스 오브 텍사스 슛아웃이 열리는 텍사스 주 어빙의 라스콜리나스 골프장에서 스무 번째 생일을 맞았다. 투어 프로라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시즌이 한창일 때는 쉴 새 없이 바쁜 일정의 연속이다. 리디아 고의 모든 일정도 투어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대회가 한 주 열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예외는 없다. 시즌 중 투어가 열리지 않는 주는 다음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연습의 시간일 뿐이다.

스무 살 리디아 고는 벌써 투어 4년 차가 됐다. 열네 살 때부터 프로 대회에 나왔고, 열일곱 살의 나이로 프로 전향을 한 그의 이력을 상기해보면 이제 투어 4년 차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투어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리디아 고는 무척이나 진지하고 연륜이 묻어나기까지 한다. 프로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리디아 고는 여섯 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은행원이었던 아버지 고길홍 씨와 영어 교사였던 어머니 현봉숙 씨는 막내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리디아 고는 키가 드라이버 길이만 했을 때부터 천재성을 드러냈다. 여덟 살 때였던 2005년 뉴질랜드 아마추어 챔피언십에 출전해 화제를 뿌렸다. 열한 살 때인 2008년에는 뉴질랜드 아마추어 메이저 대회인 노스 아일랜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열세 살 때인 2010년에는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다.


[사진 설명:스무 살이 된 골프 천재는 골프를 딱 10년만 더 할 생각이다. 골프가 인생 자체가 됐지만 인생의 전부가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리디아 고다.]

2011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뉴질랜드 여자오픈에 출전한 리디아 고는 4위를 차지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아마추어 신분이었지만 리디아 고는 이미 여자 골프계의 유명 인사가 됐다. 2012년의 리디아 고는 센세이션의 중심에 있었다. 1월 유러피언여자투어인 뉴질랜드 여자오픈에서 최연소 프로 대회 우승 기록을 세우더니 8월에 열린 LPGA투어 캐나다 여자오픈에서는 LPGA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마저도 갈아치웠다. 그의 나이 불과 15세 4개월 때였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그사이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로서 한 번 더 프로 대회에서 우승했다. 2014년 프로로 전향한 뒤에는 12번이나 우승컵에 키스 세리머니를 했다. 최연소 LPGA투어 10승 기록(2015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18세 6개월 1일), 최연소 메이저 대회 우승(2015 에비앙 챔피언십·18세 4개월 20일)도 모두 리디아 고의 차지였다.

올 시즌을 앞두고 리디아 고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골프 클럽과 의류를 바꾸면서 변화를 줬다. 코치와 캐디까지 바꾸면서 새로운 스윙을 익히기 위해 뜨거운 겨울을 보냈다. 스스로는 초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했다. 골프계에서는 이런 리디아 고에 대해 이름 빼고는 모든 것을 바꿨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에 대한 뜨거운 관심만큼이나 뒷말도 무성했다. 코치, 캐디와의 불화설부터 돈 때문에 장비를 교체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왔다.


[스무 살 리디아 고는 코스 안에서도, 코스 밖에서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한다.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을 즐겁게 만들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유쾌한 바이러스를 뿜어내기에 여념이 없다.]

리디아 고를 다른 선수와 다른 특별한 선수로 보게 만드는 건 세간의 평가에 대응하는 그의 자세였다. 리디아 고를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가 나이에 비해 얼마나 폭이 깊은 사고를 하는지 이내 알아차리게 된다. 리디아 고는 데이비드 레드베터와의 결별 직후 불화설이 터져 나오자 “스윙 코치와 1년 365일을 함께 있을 수는 없다. 이제 내 스윙을 가질 때가 됐다. 내 스윙과 게임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게임에 대해 더 배우면 코치가 옆에 없더라도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또렷한 어조로 말했다.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 코치와의 불화를 낳았다는 구설이 이어지자 “모든 결정은 내가 스스로 한다”는 단호한 표현을 썼다. “모든 결과와 결정은 자신의 책임이며 레드베터와의 관계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본질을 벗어난 구설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에 대한 일침이었다.

리디아 고는 옳은 결정이라고 믿는 일에 대해 한 번 결정을 내리면 절대 뒤를 돌아보는 성격이 아니다. 기록이나 우승처럼 본인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몇 승을 하고 싶은지, 욕심나는 상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하면 “샷 정확도를 높이는 게 목표”라는 답변이 되돌아올 뿐이다. 리디아 고에게는 진심을 다해 최선을 다하면 그 결과는 어떤 것이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된다. 리디아 고가 생각하는 행복의 가치는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다.

스무 살이 된 골프 천재는 골프를 딱 10년만 더 할 생각이다. 골프가 인생 자체가 됐지만 인생의 전부가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그다. 10년이라는 시간은 따져보면 리디아 고가 보내온 15년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다. 스무 살 리디아 고는 코스 안에서도, 코스 밖에서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한다.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을 즐겁게 만들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유쾌한 바이러스를 뿜어내기에 여념이 없다.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않듯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과 사진을 올리면서 팬들과 소통하는 것은 빠뜨릴 수 없는 일과다. 이 모든 것이 순간, 순간을 즐기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다. 수많은 골프 팬들이 리디아 고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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