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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셰브론챔피언십, 컷 탈락 해도 1만 달러

남화영 기자2024.04.17 오후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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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마이크 워스 셰브론 대표와 몰리 마르쿠 사만 커미셔너 [사진=LPGA]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올해 첫 메이저 셰브론챔피언십이 상금을 280만 달러(39억원) 인상해 총 상금 790만 달러(110억865만원)로 치른다.

LPGA투어는 17일(한국시간) 대회 후원사인 미국 정유회사 셰브론이 지난해의 총상금 510만 달러(우승 상금 76만5천 달러)에서 올해 대폭 인상했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는 대회에 출전하기만 하면 컷 탈락한 선수들에게도 지난해 5천 달러보다 두 배 많은 1만 달러(1,393만원)를 준다고 발표했다.

3년 전 LPGA투어 대회 후원사가 된 셰브론은 첫해인 2022년엔 대회 상금을 종전 310만 달러에서 500만 달러로 190만 달러나 대폭 인상했다. 지난해는 510만 달러로 10만 달러만 올려 치렀다. 올해는 시즌 초까지 520만 달러로 동일한 10만 달러 인상을 발표했으나, 대회 개막을 이틀 앞두고 270만 달러를 추가했다.

이로써 올해 LPGA투어 시즌 총 상금은 1억2,325만 달러(1,717억5천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 2021년 LPGA의 5대 메이저 대회 상금은 합계 2,300만 달러였으나 올해는 최소 4,540만 달러로 성장했다. 이는 3년 만에 2배(97%)가까이 증액된 것이다. 한국과 일본 투어와의 상금 규모 격차를 더 벌렸다.

올해 상금을 280만 달러 증액한 셰브론챔피언십 [사진=LPGA]

셰브론챔피언십의 주목되는 행보는 올해부터 컷 탈락한 모든 선수에게 출전비를 1만 달러로 2배 올렸다는 데 있다. 이는 이번 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넥센세인트나인마스터즈(총상금 9억원)의 10위권 선수 상금에 해당한다. 지난주 열린 국내 10억원 규모 여자 대회에서는 공동 11위가 1244만원의 상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메인 후원사인 셰브론은 이로써 마스터스처럼 여자 대회의 메이저 대회로서의 풍모를 높였다. 세계 여자 골프랭킹 75위 이내에 드는 선수들이 일본과 한국 투어에도 많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해외 투어 선수들이 컷 탈락과 경비의 부담없이 맘껏 신청해서 기량을 펼치도록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총 132명 출전 선수 중에서 일본여자골프투어(JLPGA) 소속으로는 세계 랭킹 19위 신지애, 26위 야마시타 미유를 비롯해 39위 이와이 아키에, 45위 사이고 마오, 73위 니시무라 유나, 79위 가츠 미나미까지 6명이 출전한다.

이밖에도 이나미 모네는 지난해 가을 일본서 열린 LPGA투어 아시안스윙 토토재팬클래식에서 우승하면서 2년의 LPGA투어 출전권을 받고 이 대회에 나올 수 있었다.

반면 한국 KLPGA에서는 세계 랭킹 38위인 장타자 방신실 만 유일하게 출전한다. 국내 선수로 가장 순위가 높은 32위 이예원을 비롯해 41위 황유민, 42위 박민지, 50위 이다연, 53위 박지영, 55위 김수지, 60위 박현경, 63위 김민별까지 8명은 랭킹으로는 충분히 출전 자격이 되지만 신청하지 않았다.

JLPGA 선수인 신지애는 세계 랭킹 자격으로 출전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본보다 더 많은 상위 랭킹 KLPGA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은 건 왜일까? 항공 이동 일정상 두어 개의 국내 대회를 빠지면 내년 출전권이 걸린 포인트를 쌓을 수 없다(JLPGA는 반대로 가산점을 준다). 국내 대회 기간에 해외로 나가면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사무검사로 지적을 받고서야 다소 개선됐으나 해외 대회 출전은 여전히 어렵다.

선수는 '워라밸'을 중시해 해외 투어를 나가지 않는 것일까? 국내 대회를 빠지면 후원사가 싫어할 수도 있겠다. KLPGA에서는 인기 선수가 빠져나가면 흥행에 영향을 주니 좋아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선수를 응원하는 진짜 팬들은? 선수가 해외 큰 무대에서 더 활약하고 성장하길 바랄 것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셰브론챔피언십에서 은퇴하는 유소연이 2011년 US여자오픈 우승으로 미국투어 출전권을 얻었고, LPGA에 정착해 세계 1위에도 올랐다. 그뿐인가? 전인지, 김효주, 신지애가 국내 투어에서 활동하면서 해외 메이저 출전 기회를 잡고 우승해 결국 LPGA투어를 주름잡는 선수로 성장했다.

고진영은 2017년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해외 투어의 출전권을 받았고 그 결과 이듬해부터 해외 무대를 석권하면서 최장기 세계 여자 1위를 지킨 선수가 됐다. 하지만 고진영을 미국에 보냈던 그 LPGA대회는 수년 전부터 KLPGA로부터 ‘비공인대회’ 취급을 받고 있다. 국내 투어 선수가 여기에 출전하면 벌금을 내야할 정도다.

지난해 큐스쿨 거쳐 올해 루키로 활동하는 성유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해는 LPGA투어와 KLPGA투어 대회가 같은 주에 국내에서 동시에 열렸고, 해외 투어의 진출을 꿈꿨던 성유진, 홍정민은 역시 같은 주에 미국서 LPGA투어 퀄리파잉 2차 시리즈에 출전한 촌극까지 펼쳐졌다. 두 선수 모두 미국과 유럽 투어 출전권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예전 같았으면 국내 LPGA 대회에 출전해 '제2의 고진영'신화를 꿈꿨을 터다.

오늘날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의 상당수는 KLPGA를 도움닫이 삼고 해외 메이저에 출전했고 활약했다. KLPGA투어에서 성장해서 LPGA투어로 올라가는 ‘성장의 사다리’가 있던 시절 얘기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KLPGA는 ‘세계 넘버원’을 외치고 있으며, 그 와중에 해외로 나가려는 선수들은 대폭 줄었다. 이것은 우연일까?

18일부터 나흘간 미국 텍사스주 우드랜즈 클럽앳 칼튼우즈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한국 선수 19명이 출전해 시즌 첫승에 도전한다. 세계 1위 넬리 코다가 5연승을 노리지만 한국 선수는 지난 20년간 6승을 쌓았다. 좋았던 그때 그 시절이 다시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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