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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LPGA투어, Q스쿨 출전권 확대

남화영 기자2024.02.05 오전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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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Q시리즈 최종전의 임진희 [사진=LPGA]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내년부터 퀄리파잉(Q) 스쿨을 통한 출전권을 확대하기로 했다.

LPGA투어는 지난 2일(미국시간) 2025 시즌을 대비한 LPGA투어 출전권 변경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연말 Q시리즈 최종전이 끝나면 종전까지 상위 20명에서 5명이 늘어난 25명과 동점자가 내년 출전권을 받게 된다.

또한 2부 리그인 엡손투어에서는 시즌 포인트 톱10 외에도 최종전인 엡손투어 최종전 결과 5명에게 추가로 LPGA투어 카드를 주기로 했다. Q스쿨을 통해 종전보다 5명을 충원하고, 엡손투어를 통해 다시 5명을 추가한다는 것이 올해 변경안의 뼈대를 이룬다. 총 40명의 신인에게 내년 시즌 출전권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몰리 마르쿠 사만 LPGA 커미셔너는 “Q시리즈의 선발 인원을 확대한 것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가려내고 재능 있는 선수가 성공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LPGA의 사명과 일치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Q스쿨 2차전부터 출전해 올해 시드를 받은 성유진 [사진=LPGA]

LPGA대회 상금이 올라가고 해외 투어와의 상금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라는 데서 의미가 크다. 올해 LPGA투어 총상금은 한국프로골프투어(KLPGT) 상금 320억원과는 5배 이상 차이가 나는 만큼 뛰어난 선수들은 최고의 무대로 오라는 얘기다.

지난주 미국골프협회(USGA)에서 올해 대회 총상금을 100만 달러 인상해 LPGA투어 총상금 규모가 역대 최고인 1억1,755만 달러(1,573억원)로 올라갔다. 최종전인 CME그룹투어챔피언십의 우승 상금은 400만 달러로 리브골프 우승자의 상금과 같아졌다. 33개 대회 중에 무려 13개 대호에서 상금 인상이 이뤄졌다.

또한 엡손투어에 출전권을 확대한 것은 2부 투어부터 차근차근 LPGA투어로의 진입 절차를 밟으라는 의미다. 올해 LPGA투어 출전권을 받은 10명의 선수 중에 한국 선수로는 전지원, 강민지가 있다. 현재 세계 랭킹 1위 릴리아 부(미국)도 엡손투어 출신이다. 2부투어를 통한 출전권은 2007년 5장에서 10장으로 확장된 이래 17년 만에 5장이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2부 엡손투어 포인트 톱10 진출자 [사진=LPGA]

조디 브라더스 엡손투어 최고경영자(CEO)는 “다가오는 시즌을 앞두고 엡손투어 선수들에게 LPGA투어 진출 확대 소식을 알리게 돼 기쁘다”면서 “추가 진출은 엡손투어 선수들이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할 준비가 된 상태로 LPGA투어로 진입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LPGA투어가 신규 출전권을 주는 선수 숫자를 늘리는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기존 1부 투어 선수들에게 보다 강한 경쟁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새로운 선수들을 더 많이 받는다는 얘기는 연차 오랜 기존 선수들이 더욱 분발해야 할 이유가 된다.

둘째는 인원 증가의 보다 직접적인 이유일 수 있는데, LPGA투어와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의 합병이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양 투어는 지난해말 투어 합병을 통해 미국과 유럽을 통합하기로 했다. 성사되면 LET 시즌 상금 상위 4명은 다음해 LPGA투어 출전권을 자동으로 받는다. LET 상금 5~15위는 LPGA Q시리즈 최종 출전권을 받도록 했다.

이에 대해 LPGA투어와 LET 집행부는 물론 선수들도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여서 선수 전체투표로 60%의 찬성을 받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최종전 CME그룹투어챔피언십 이후 진행하려던 투표는 당일 LET 집행부에 전해진 메모 한 장으로 인해 돌연 연기됐다.

합병 투표가 막판에 연기된 LPGA와 LET.

갑작스런 합병 연기와 관련해 최근 영국 텔레그라프는 사우디아라비아골프협회(골프사우디)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양 투어의 합병을 통해 신규 회원을 LET에서도 충원하려 했던 LPGA투어는 결국 다른 방식의 회원 모집 개편안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2019년 양 투어가 처음 전략적 제휴를 맺은 뒤 2년 뒤인 21년 취임한 몰리 LPGA투어 커미셔너는 합병 논의를 더욱 진전시켰다. 하지만 현재 LET의 가장 큰 재정적 후원자는 사우디의 국부펀드(PIF)가 주도하는 골프사우디다. 이들이 2020년부터 ‘아람코 팀 시리즈’를 만들었고 한 해 7개의 대회에서 상금만 1100만 달러를 후원하고 있다.

한때 투어 존폐 위기까지 놓였던 LET로서는 LPGA투어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가진 물주가 오일 머니다. 상금 외에도 운영비 등에 해마다 3천만 달러가 넘는 돈을 지원하는 골프사우디는 양 투어가 합병을 결정하자 LET가 LPGA투어의 2부 투어로 격하될 것을 우려해 이같은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남자 골프 투어계에서 PIF는 리브골프를 만들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대결할 정도로 성장했다. 여자 투어에서도 오일머니가 차지하는 힘은 막강하다는 방증이다. 이 과정에서 LPGA는 유럽 투어를 흡수하려던 계획이 미뤄지자 세계 시장에 메시지를 낸 것이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권 선수들에게는 점차 커진 미국 투어에의 기회가 더 열렸다고 봐야 한다. 엡손투어를 통한 진출은 어렵지만 Q스쿨의 기회는 더 넓어졌다. 프로 스포츠의 세계는 상금을 키우면 좋은 선수들이 몰린다는 원칙으로 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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