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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썰의 골프장] 오거스타내셔널 '명땅 열전'

남화영 기자2024.04.26 오전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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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만 달러에 사들여 45야드 늘린 13번 홀 티잉구역 부지

세계 최대의 골프 대회인 마스터스는 매년 명성과 인기를 높이고 있다. 올해 88회를 개최한 코스인 오거스타내셔널의 주변 땅값은 지금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걸 간파한 주민들의 전략적인 알박기와의 전쟁과 눈치싸움, 협상도 꾸준히 진행중이다.

최근 마스터스를 치른 미국 조지아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은 향후 100주년을 앞두고 제2의 골프장 건설까지도 계획중이다. 뿐만 아니라 골프매체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향후 제2 코스를 추가하고 숙박 시설을 건축하고, 팬 플라자에 조지아주 주도인 애틀랜타로 가는 고속도로까지의 진입 도로도 놓는다는 계획도 알려졌다.

오거스타내셔널은 1932년 아마추어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은퇴한 보비 존스와 금융인 출신 클리포드 로버츠가 공동 설립한 골프장이다. 1934년부터 마스터스를 개최해 올해로 88주년을 치렀는데 한 곳에서만 72홀 경기로 개최하는 게 핵심이다. 따라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오일머니가 후원하는 리브골프 선수까지 꼭 나오고 싶은 대회가 됐다.

대회 전날 이벤트장인 파3 코스

1958년에 골프장 왼쪽으로 파3 코스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골프장의 확장은 시작됐다. 그해 아놀드 파머가 우승하자 ‘아멘 코너’라는 말이 후반 세 홀에서 생겨났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선수인 파머는 이후 64년까지 격년 주기로 4번을 우승하면서 마스터스는 4대 메이저에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창립 회장인 클리포드 로버츠가 1977년까지 최고의 전통과 운영을 발휘하는 코스로 발전시켰다면 1980년대의 3대 회장 호드 하딘부터는 골프장 부지를 더 키우는 계획에 들어간다. 그 무렵 버크먼스 로드와 이어지는 주차장을 조성하고 패트런 입구를 만들고 워싱턴로드와 버크먼스로드 교차점 부지에도 출입구를 신설했다.

골프장은 2010년에는 골프장 왼쪽을 전격적으로 넓혀나갔다. 골프장 초입 가장자리 물탱크 자리에 연습장을 새로 지었다. 이후 2012년에는 파3 6번 홀 티잉구역 뒤에 버크먼스 플레이스 건물을 만들었다. 회원, 기업 접대용 공간으로 확장하고 3개의 퍼팅 그린을 만들어 고급 기업 접대에 이용하게 했다.

2016년에 사들인 주차장 부지

2016년에는 골프장 왼쪽 부지에 현재와 같은 대형 패트론 주차장을 조성했다. 일년 중 일주일 쓰는 무료 주차장을 위해 골프장은 4천만 달러를 지출했다. 2017년에는 13번 홀 티잉구역 부지를 담을 맞대고 있는 이웃 오거스타컨트리클럽에서 2천만 달러에 사들였다. 공사까지 총 3천만 달러가 든 이곳은 2023년 대회에서 40야드 길어져 파5 545야드 홀로 치렀다.

2020년은 프레스빌딩 길 건너 맞은편 넓은 쇼핑센터 부지를 2600만 달러에 샀고, 워싱턴과 버크먼스가 교차하는 사거리에 있던 웬디스 매장도 340만 달러에 구매했다. 지난해는 파3 코스를 리노베이션 했고 올해는 파3 코스에 가까운 이스트와인랜드를 사들여 회원들의 골프장 진입편의를 높였다.

또한 올해는 주차장 한 구석에 맵&플래그(Map & Flag) 클럽을 새로 열었다. 일주일 합계 1만7천달러(2300만원)짜리 기업 접대 상품이다. 음식과 주류를 무제한 제공하고 일주일 대회 티켓을 준다. 골프장 외부에 있으나 연결되는 지하터널을 뚫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남은 곳은 I-20 고속도로까지와 워싱턴 로드 필지, 버크먼스로드 남쪽의 토지 등이다.

오거스타 주차장의 단독 주택 거주자 태커 부부

물론 아직 못산 곳도 있는데 주차장 초입의 1112 스탠리드라이브 태커 할머니 집은 1959년에 지어서 4억원 집을 안 팔고 있다. 허만 태커(Herman Thacker)는 골프장에서 백만 달러를 제안했어도 요지부동이었다. 부인 엘리자베스는 2016년에 한 매체에 ‘돈이 전부가 아니고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남편이 세상을 떠나 태커 할머니 혼자 산다. 설립된 지 65년이 넘은 이 집은 침실 3개에 시가 36만5천달러(3억6천만원)이다. 그녀는 골프장의 확장과 더불어 자기 집 뒷마당과 그네를 놓을 넉넉한 공간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봤다. 마스터스 기간이면 주변이 자동차로 가득 찬다. 태커 할머니는 그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지만 사람 속은 모를 일이다.

사실 태커 가족은 이미 한 채를 팔아 큰 돈을 벌었다. 허먼의 형제 제리에게 골프장이 팔라고 제안하자 집과 다른 두 부동산을 360만 달러에 팔았다. 태커 할머니도 원래 길 건너편에 한 채의 집이 더 있었는데 골프장에 120만 달러에 팔았고 현재의 집만 남은 상태다. 따라서 이 집의 운명은 태커 할머니의 결심에 달려 있다.

태커의 집은 주차장 가운데 한 채가 놓여 있다

근처 다른 주택 소유자인 윌리엄 해처는 수년 전 골프장 관계자들이 근처 집들을 평균 40만 달러에 사들이는 걸 봤다. 그리곤 무료 주차장 대신에 다른 건설 프로젝트가 있는 걸로 봤는데 결국 ‘골프장이 코스를 짓는다’는 소문으로 들었다. 대회 주간 새벽 4시부터 한밤까지 주차장 조명이 켜지는 걸 빼면 거기 사는 것도 괜찮다고 여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19년에 20년에 걸쳐 인근 부지 100여곳을 2억 달러 이상을 주고 사들였다고 추산했으나 회원들은 실제 금액이 그보다 더 많다고 했다. 그래서 골프장의 땅은 이제는 초창기의 두 배로 늘어났고, 주변에 집을 판 많은 주민들이 즉시 백만장자가 됐다.

오거스타내셔널과 관련된 회원 및 재미난 부동산 이야기 ‘명땅열전’은 JTBC 디지털 ‘전썰의 골프장’ 2탄으로 유튜브에서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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