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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한 황유민의 잘못된 드롭이 남긴 아쉬움

남화영 기자2024.04.09 오후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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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민의 4라운드 13번 홀 드롭 장면 [사진=대회 유튜브]

‘돌격대장’ 황유민(21)이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우승했으나 드롭 관련 룰 이해와 적용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황유민은 지난 7일 제주도 서귀포시 테디밸리 골프&리조트(파72)에서 마친 두산건설위브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최종일 1언더파 71타를 쳐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박혜준을 한 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 대회는 황유민에게 우여곡절이 많았다. 3라운드 18번 홀에서 거리측정기를 떨어뜨려 컴퓨터 화면까지 등장해 룰 판정을 받은 뒤 무벌타 경기를 이어갔다. 54홀까지 노보기 경기였으나 마지막날은 초반부터 페어웨이를 놓치는 티샷이 절반이나 나왔다.

3타차 앞선 상황에서 들어선 13번 홀(파5 499미터)에서도 그랬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많이 치우쳐 날아갔으나 언덕을 맞고 카트길 건너 세미 러프에 안착했다. 우드를 잡고 친 두 번째 샷도 카트길을 타고 굴러가더니 카트길 경계에 걸렸다. 스탠스가 안되기 때문에 한 클럽 거리에 무벌타 드롭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골프화에 볼이 닿자 캐디를 쳐다보는 황유민 [사진=대회 유튜브]

황유민이 구제 지점을 정하고 드롭했는데 그만 공이 지면에 먼저 떨어진 뒤에 신발에 닿았다. 잠시 망설인 황유민은 캐디를 쳐다봤다. 캐디의 재드롭하라는 의사 표시가 있었고, 선수는 볼을 들어 재드롭한 뒤에 경기를 이어갔고 이 홀을 파로 마쳤다.

하지만 골프 룰 14.3c에 따르면 드롭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규정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드롭한 볼은 반드시 구제구역에 정지하여야 한다. (1) 올바른 방법으로 드롭한 볼이 구제구역에 정지한 경우, 플레이어는 완전한 구제를 받은 것이다.
그 볼이 지면에 닿은 후 정지하기 전에 사람(플레이어 자신 포함)이나 장비 또는 그 밖의 외부의 영향을 맞혔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 그 볼이 그 구제구역에 정지한 경우, 플레이어는 완전한 구제를 받은 것이다. 플레이어는 반드시 그 볼을 놓인 그대로 플레이하여야 한다.
• 그 볼이 그 구제구역 밖에 정지한 경우, 플레이어는 반드시 규칙 14.3c(2)의 절차를 사용하여야 한다.
올바른 방법으로 드롭한 볼이 지면에 닿은 후 정지하기 전에 우연히 사람(플레이어 자신 포함)이나 장비 또는 그 밖의 외부의 영향을 맞힌 경우, 누구에게도 페널티가 없다

재드롭하는 상황과 애초 드롭하게 된 도로에 놓인 공 상황 [사진=대회 유튜브]

유튜브에도 올라있는 당시 홀 영상을 보면 황유민은 처음 드롭했을 때 공이 골프화에 닿은 경우 구제 지역에 있었고 공이 정지했으므로 상황이 완료됐고 인플레이 상황이다. 따라서 그 공을 집어올렸다면 잘못된 장소에서의 플레이가 되면서 2벌타를 추가해야 한다. 하지만 이 순간 선수로부터의 룰 판정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경기위원은 개입할 겨를이 없었다.

결국 시즌 3번째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황유민은 지난해 7월 MBN여자오픈 이후 9개월 만에 통산 2승을 달성했다. 박혜준을 1타 차로 따돌린 황유민은 우승 상금 2억1600만원을 받아 상금랭킹 1위(2억5266만원)로 올라섰고 대상 포인트 1위가 됐다.

이미 많은 골퍼들이 다양한 공간에서 갑론을박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공을 옮길 수 있으니 닿았다면 재드롭 해야 맞다는 주장에 공감도 많이 한다. 몇몇 골퍼는 협회에 제보했다고 한다. 황유민을 옹호하건 않건 잘못된 룰 상식이 목소리 큰 사람 위주로 굳어지는 형세다.

지난주 경기를 주관한 조정이 KLPGA 경기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선수가 경기를 마치기 전인 3라운드의 사건이었고 문제를 발견했다면 4라운드 전에 2벌타가 부과됐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는 트로피 수상과 함께 마친 것이 되고 끝난 판정은 타수를 의도적으로 줄여 제출하는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번복되지 않는다.”

대회가 끝난 직후 KLPGA깃발을 들어올린 황유민 [사진=KLPGA]

경기위원장은 다음날에야 선수와 통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황유민 선수는 당시 상황에 대해 룰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몸에 닿아서 다시 드롭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룰을 설명했고, 선수도 앞으로는 조심하겠다고 답하는 것으로 끝냈다.”

그러고보니 이번 대회는 황유민에게 우여곡절이 많았다. 4라운드까지 보기가 없었다면 KLPGA투어 72홀 최초 노보기 우승 선수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황유민은 4라운드 초반 2~3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면서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이후로 여러 번 아슬아슬한 샷 상황 끝에 한 타차 우승을 거뒀다.

한 타차 2위를 한 동반 플레이어 박혜준과 2타차 공동 3위를 한 강지선이 경기를 마치기 전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자신들의 경기에만 집중해서였을까? 아니면 룰을 몰랐을까? 만약 공식적으로 지적했으면 1위가 바뀔 상황이었다. 경기 해설자와 '세계 넘버원'을 외치는 KLPGA관계자 중에 TV를 보면서 대회 마칠 때까지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찍은 투표용지는 물릴 수 없다. 면밀하게 지켜보고 적시에 지적하지 않으면 골프룰에 관해 골퍼들은 방관자가 될 수 있다. 바로잡히지 못하고 끝난 대회라는 점에서 부끄럽다. 엄청난 흥행과 이슈몰이와는 달리 아쉬움을 남긴 대회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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