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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KLPGA 선수의 LPGA 출전을 허하라

남화영 기자2023.11.07 오전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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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레이디스 이민지의 연장전 어프로치 샷

한국 여자 골프는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 롤렉스 세계 여자골퍼 랭킹 100위 이내에도 매번 30여명 정도가 든다. 그 다음이 20여명 내외의 미국이고 일본은 15명 내외다.

하지만 2년 전부터 한국 선수들은 세계 최대 무대라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더 이상 위압감과 강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4년 전인 2015년과 2017년, 그리고 불과 2019년까지 한 해 걸러 시즌 15승을 휩쓸었으나 지난해와 올해는 시즌 4승에 그치고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제패한 뛰어난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LPGA투어로 향하고 새로운 신인이 국내 투어에 등장하는 성공의 사다리가 이어졌으나 최근 수년간 LPGA투어로 향하는 선수는 많이 줄었다. 그 자리를 아타야 티띠꾼(태국)과 인뤄닝(중국) 같은 20대 초반 선수들이 채웠고, 이들이 세계 랭킹을 무섭게 장악해가고 있다.

3주 전 마친 LPGA투어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은 애석했다. 같은 주에 KLPGA 대회가 열렸다. KLPGA가 한국 유일의 LPGA투어 대회를 ‘비공인 대회’로 규정하면서 출전하려는 선수에게는 억대의 벌금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두 대회가 열리는 주간에 LPGA투어 진출을 꿈꾸는 성유진, 홍정민 등이 미국서 퀄리파잉 대회를 응시하기에 이르렀다.

JLPGA 이나미 모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주 일본서 끝난 LPGA투어 토토재팬클래식을 봐도 아쉬움은 커진다. 일본 코스에서 열린 대회여서인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35명 포함 일본 선수가 38명이나 나왔고 상위권을 그들이 차지했다. 우승한 JLPGA 소속선수 이나미 모네는 LPGA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퀄리파잉 없이 미국 투어로 가는 직행 티켓을 얻은 것이다.

1973년에 LPGA재팬클래식으로 시작한 토토재팬클래식은 올해 50주년을 치렀다. 처음 만들 때는 LPGA투어가 글로벌투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JLPGA와 공동 개최(코생션)로 시작했다. 절반씩 선수가 출전했고 포인트와 상금도 서로 반영했다. 1994년 고우순을 시작으로 신지애, 송보배, 안선주 등의 한국 선수도 다수 우승했다.

한국에서 LPGA투어가 처음 열린 건 2002년 제주도에서 열린 CJ나인브릿지클래식이었다. 이후 하나은행과 코오롱이 후원사가 되었고 2018년까지 17번 개최하는 동안 한국 선수가 13승을 올렸다. 그리고 2019년부터 BMW레이디스챔피언십이 한국 유일 LPGA투어의 계보를 잇고 있다.

올해 BMW레이디스 우승자인 이민지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LPGA투어 단독 대회로 시작한 이 대회는 초창기에는 세계 최고의 랭킹 선수들이 많이 와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한국 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활약하면서 KLPGA투어 선수들의 비중과 참여 숫자가 늘었다. 2019년 대회에서 84명 출전자 중에 46명(54.76%)이 한국 선수였고, 2021년 대회는 84명 중에 49명(58.3%)이 한국인이었다.

이 대회를 통해 KLPGA투어 유망주들이 출전했고 안시현, 이지영, 홍진주, 백규정에 이어 고진영까지 5명이 LPGA투어에 직행했다. 고진영은 이듬해인 2018년부터 LPGA투어를 누비면서 세계 1위에 올라섰고 최장 1위를 지켜냈다. 비공인으로 규정받기 전인 2019년에 KLPGA 장하나가 우승했고, 2021년에는 임희정이 고진영과 짜릿한 연장 승부를 벌였다.

지난해 KLPGT대표이던 강춘자 KLPGA 전 부회장은 BMW레이디스를 비공인으로 규정하고 같은 주에 경쟁할 KLPGA대회를 만든 데 대해 ‘LPGA대회 기간에 우리 좋은 선수들이 다 나가면 나머지 선수들은 쉬란 말이냐’라는 이유를 댔다. 일면 수긍이 가지만 그것이 국내 유일 LPGA대회를 비공인으로 낙인찍을 이유는 되지 못한다.

같은 주에 KLPGA 대회를 만들되 LPGA투어로 진출하고 싶은 선수는 BMW레이디스에 자유롭게 출전하게 ‘비공인 규정’은 풀어주는 건 어떤가? 요즘처럼 KLPGA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상황에서 못할 이유가 없다. 성유진, 홍정민처럼 LPGA투어 진출을 꿈꾸는 인재들이 국내 대회 포기하고 미국으로 퀄리파잉 치르러 가지 않아도 된다.

성유진은 LPGA 2차 퀄리파잉을 통과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LPGA투어를 꿈꾸는 선수에게는 국내에서 단 한 번 열리는 이 대회에서 해외 진출의 기회를 잡도록 해주고, KLPGA 대회에 머물고자 하는 선수들에게는 더 많은 출전 폭을 제공하게 된다. 결국 더 많은 KLPGA선수들이 더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누리게 된다. 자나깨나 선수들을 위하는 KLPGA 수뇌부라면 충분히 그걸 이해할 것이다.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김정태 KLPGA회장도 이를 반기리라 믿는다. 2018년까지 LPGA대회로 잘 열리던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이 중단된 데 심통이 나서 이를 ‘비공인’으로 규정한 것을 묵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KLPGA선수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과 훌륭한 인품을 지닌 만큼 괜한 오해를 받을 일은 하지 않는 분이다.

‘황금 시즌에 LPGA가 함께 열리면 국내 대회 흥행이 안되니 계속 비공인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선수 출전을 허용하면 KLPGA 대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그들은 뛰어난 선수들이 KLPGA에만 안주하기를 바라는 것인가? 쇄국정책을 풀고 KLPGA 선수의 LPGA 출전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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