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 선수들은 “내 스승은 A선생님”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지만 남자 프로들은 사정이 다르다. 남자 프로 가운데 “선생님이 있다”고 밝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지난해 KPGA투어 19개 대회에서 우승했던 국내 선수 11명 가운데 “정기적으로 지도를 해주는 선생님이 있다”고 대답한 것은 이승호 1명뿐이다. 지난해 각각 2승을 거뒀던 배상문·황인춘·김형성 등과 1승씩을 거둔 김대섭·허인회·김형태·최호성·강경술 등은 “예전엔 스승이 있었지만 지금은 특별한 스윙 코치 없이 나 홀로 골프를 한다”고 말했다.

남자 골퍼들을 가르치는 레슨 프로가 적은 이유는 무엇보다도 남자 선수들의 독립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배구선수 출신으로 딸(박시현)과 아들(박성호)을 모두 프로 골퍼로 키운 유애자씨는 “남자들도 어릴 때는 레슨 프로에게 스윙을 배우지만 어느 정도 크면 누구 얘기를 잘 들으려 하지 않고 혼자 하려 한다”고 말했다. 남자 투어 프로들이 레슨 프로보다 골프를 더 잘 치는 것도 이유다. 여자 프로들은 남자 레슨 프로보다 실력이 처지는 경우도 있지만, 남자 투어 프로들은 레슨 프로보다 샷 거리도 더 길고 쇼트게임도 더 좋은 게 일반적이다. 자기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자존심 상한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KBS 임경빈 해설위원은 “미국에서 PGA 클래스 A 자격증을 따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국내 투어 프로들이 ‘그렇게 잘하면 투어에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J골프 박원 해설위원은 “외국에선 타이거 우즈나 필 미켈슨 등 최고 선수들도 레슨 프로를 찾는데 국내 남자 프로 선수들은 그렇지 않다. 문화 자체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국내 투어 프로들은 친한 선수가 서로 스윙을 봐주는 경우가 많다. 국내 정상급 프로인 김형성과 황인춘은 “지난해 함께 훈련하면서 서로 도움을 받아 2승씩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래도 스윙이 망가지면 어릴 적 선생님을 찾아가 원포인트 레슨을 받기도 한다. 한연희(49·국가대표 감독)씨와 임진한(52)씨가 그런 ‘선생님’들이다.
남자 선수들의 주머니 사정이 여자 선수들에 비해 좋지 않은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A급 선수들은 미국이나 호주에 건너가 외국 지도자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지만 B급 남자 선수들은 레슨을 받을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미국에서 골프 스쿨을 졸업한 레슨 프로 이상훈씨는 “아무래도 미국의 이론이 한국보다는 체계적이다. 그래서 정상급 선수들은 외국에 건너가서라도 최고의 레슨을 받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