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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한국말 연장전서 엿보인 노무라 하루의 정체성

김두용 기자2017.05.01 오전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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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노무라 하루는 한국 기업인 한화의 후원을 받는 선수이기도 하다.

“배고파”, “너무 추워.”

1일 미국 텍사스 주 어빙 라스 콜리나스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발룬티어스 아메리카 텍사스 슛아웃 프리젠티드 바이 JTBC 연장 승부에서 노무라 하루(일본)의 입에 나온 말이다. 한국계 일본인인 노무라는 유창한 한국어로 그린 주변에 모여 있는 동료들에게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사실 노무라는 일본말보다 한국말을 더 잘 하기도 한다. 특이하게 현재 노무라는 하와이에 살고 있다.

노무라의 한국 이름은 문민경이다. 그는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출생지는 일본이지만 7살 때 한국으로 건너와 학창시절을 한국에서 보냈다. 그래서 한국말을 유창하게 한다. 주니어 시절엔 문민경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친한 한국 선수도 많다. 그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케이팝을 즐겨 듣는 25살의 한국 선수와 별반 차이가 없다. 노무라의 어머니는 “민경이는 정서로 보면 80% 이상 한국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1년 프로 전향을 하면서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 일본 투어가 대회도 많고 상금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일본의 톱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지난해 LPGA투어 2승을 거둔 노무라는 텍사스 슛아웃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연장 승부 끝에 통산 3승째를 챙겼다. 노무라는 일본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아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하기도 했다. 이번 우승으로 노무라는 세계랭킹이 24위에서 17위로 뛰었다.

노무라는 일본 선수와 스윙이 다르다. 한국에서 골프를 시작(초등학교 5학년)했고, 주니어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한국 선수처럼 정석 스윙을 한다. 변형 스윙을 하고 제각기 다른 스윙을 하는 일본 선수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남자처럼 호쾌한 스윙을 하는 노무라는 2011년 LPGA투어에서 조건부 시드를 얻었다. 지난해부터 기량이 일취월장했고, 정상급 선수로 도약했다.

노무라는 유난히 바람에 강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본인도 “바람 불고 어려운 컨디션을 더 좋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강풍이 몰아친 텍사스 슛아웃의 코스에서 가장 경기를 잘 했다. 최종 라운드 17번 홀에서 더블 보기로 선두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끈질긴 승부 끝에 베테랑 크리스티 커(미국)를 6차 연장전에서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는 “해가 떨어지면서 너무 추웠는데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윙잉 스커츠 대회랑 컨디션이 비슷했다. 그때도 추웠는데 우승을 차지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LPGA투어 첫 승을 거뒀던 호자여자오픈도 바람이 많이 부는 코스였다.

노무라는 처음으로 연장전을 벌였다.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크리스티 커와 경쟁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끈질긴 승부근성을 보이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연장전에서 어떤 변수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여유를 보여 오히려 관록의 크리스티 커를 압박하는 듯한 면모도 드러냈다.

통산 3승째를 수확한 노무라는 "올 시즌 목표는 메이저 우승이다.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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