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영어사전의 신페리오 방식 설명.
한국에서 아마추어 골프 대회를 진행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임시 핸디캡 적용 방식은 ‘신페리오(New Perio)’다.
하지만 이 용어는 일본에서 유래한 단어로 ‘뉴 피오리아(New Peoria)’의 콩글리시로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만큼 버려야 할 때가 됐다.
네이버 사전에 신페리오를 찾아보면 ‘파의 합계가 48이 되도록 12홀의 숨긴 홀을 선택하여 경기 종료 후 12홀에 해당하는 스코어 합계를 1.5배하고 거기에서 코스의 파를 뺀 80%를 핸디캡으로 하는 산정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영국, 호주, 인도식 발음까지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용례는 하나도 없다. 쓰이지 않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골프존의 용어 설명을 출처로 인용한다. 골프존은 대한골프협회(KGA)에서 이전까지 정의했던 대로 설명을 썼다. 오랫동안 '신페리오 방식'이란 용어를 홈페이지에 올렸던 KGA는 올해부터는 월드 핸디캡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더 이상 쓰지 않는다.
‘피오리아’는 미국 중서부 일리노이주의 한 도시 이름이다. 옥스퍼드영한사전은 ‘미국 일리노이 주에 있는 작은 도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의견은 전형적인 의견으로 간주된다’라고 정의한다.
피오리아는 미국에서 인구 구성이나 지리상 ‘주류’로 여겨지는 미국 중부 문화를 대변해서 오랫동안 여론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 방송국들이 이곳에서 여론을 예측하곤 했다.
피오리아는 출구 조사 지역이었던 셈이다. 코미디언 샘 키니슨이나 밥 딜런, 메탈리카 등의 뮤지션이 순회공연을 여기서 시작하곤 했다. 다만 세월이 흘러 피오리아가 미국의 여론을 대변한다는 인식은 옅어졌다.
그래서 골프에서 피오리아 방식이란 단체 골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핸디캡 등 공인 증서가 없을 때 부분적인 홀 스코어를 바탕으로 전체를 추론하는 방식이었다.
피오리아 핸디캡 적용 방식은 계산이 간편하다. 경기위원이 타수 합이 24가 되는 6개 홀(18홀의 3분의 1)을 임의로 정한다. 경기를 마친 뒤에 6홀의 스코어에 3배를 곱해 거기서 코스의 파를 빼면 그게 핸디캡이다. 6개홀은 인-아웃 코스에서 두 개씩의 파3, 4, 5가 해당된다. 예컨대 6개 홀의 타수가 30타라면 3배를 곱해 90이고 여기서 72를 빼면 18이 그날 플레이어의 핸디캡이다.
6개의 홀만으로 핸디캡을 추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나온 것이 임의의 홀을 두 배인 12개로 늘린 뉴 피오리아 방식이다. 파의 합계가 48이 되도록 12홀(파4홀로 12개를 하기보다는 파3, 파5홀을 2개씩 동일하게 넣어서 48을 만든다)의 숨긴 홀을 선택하여 경기 종료 후 12홀에 해당하는 스코어 합계를 1.5배하고 거기에서 코스의 파를 뺀 80%를 핸디캡으로 매긴다.

USGA의 수정 피오리아 방식.
USGA는 뉴 피오리아조차 복잡하다고 느꼈는지 ‘수정 피오리아(Modified Peoria)’시스템을 제시한다. 경기위원이 임의로 6개 홀의 오버파 타수를 합산한다. 여기서 파3, 4 홀의 최대 타수는 3오버파까지만, 파5 홀은 4오버파까지 포함한다. 합산된 타수에 2.8을 곱하고 그날의 실제 타수에서 빼면 그게 네트 스코어다.
예를 들어 98타를 친 사람의 6개 홀의 총 오버파가 11이라면 2.8을 곱하면 30.8이 나온다. 따라서 98타 빼기 반올림된 31을 하면 67타가 네트 스코어가 된다.
골프 인구도 많고 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한국 골프도 이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통해야 한다. 동남아에 단체팀이 가서 골프 대회를 열었는데 직원들이 신페리오 방식조차 모른다고 탓할 것인가? 이제는 영어권 국가에서도 통하는 공통된 표준 용어를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올해 보급되고 있는 핸디캡 증명서.
문제는 국내에 골프 핸디캡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왔다. 독일에서는 운전면허증처럼 골프를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공식 핸디캡을 가지고 골프를 시작한다.
호주, 뉴질랜드 등 남반구에서는 공식 핸디캡이 있어야 게임이 가능한 스테이블포드 방식을 일반 골퍼도 당연스럽게 사용한다. 유럽의 명문 골프장에선 핸디캡 증명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핸디캡 증서가 자동차 면허증처럼 골퍼에게 필수품으로 여겨져야 한다. 세계 골프협회는 ‘긴(Golf Handicap & Information Network: GHIN)’ 프로그램을 ‘세계 골프 주민등록증’으로 보급하고 있다.
올해 KGA와 네이버, 스마트스코어는 한국 골퍼를 위한 핸디캡 인증서를 보급하기로 했다. 누구나 골프 신분증인 공식 핸디캡을 가진다면 '신페리오’와 같은 일본식 콩글리시가 없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