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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챔피언스 디너를 끝낸 왓슨의 한 마디

남화영 기자2024.04.12 오전 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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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저녁의 마스터스 연례 행사 챔피언스디너 [사진=마스터스]

무심코 선의로 한 말이 상황에 따라 살벌한 독설이 되기도 한다.

1.5미터 내리막 퍼트를 앞둔 내기 상대에게 ‘그것만 넣으면 따는 돈이 얼마야’라는 칭찬은 시쳇말로 ‘구찌’ 즉, 입방정이 되기도 한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내셔널에서 열리는 제88회 마스터스의 화요일 저녁 연례 행사인 챔피언스디너를 끝낸 건 톰 왓슨의 덕담 한 마디였다.

미국 매체 골프다이제스트는 12일(한국시간) 1번 홀에서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명예의 시타’행사를 마친 뒤에 열린 공동 인터뷰에서 나온 당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1963년에 시작된 이 연례 행사에서 마스터스 2승의 톰 왓슨은 2022년부터 투어 6승의 잭 니클라우스, 3승의 게리 플레이어에 이어 3년째 참여했다.

전년도 마스터스 챔피언인 존 람(스페인)이 메뉴와 음식을 고르는 화요일 저녁 행사가 챔피언스 디너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내셔널 회장을 중심으로 니클라우스, 게리 플레이어, 왓슨, 5승의 타이거 우즈 등 역대 챔피언이 이 모두 모인다. 리브 선수들도 7명이나 참석했다.

목요일 대회 전 명예의 시타 행사 [사진=마스터스]

정해진 코스 요리들이 다 나오고 커피도 마셨을 무렵 왓슨은 리들리 회장에게 ‘PGA투어와 리브 선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마디 해도 되는지’ 물었고, 리들리는 이를 환영했다. 왓슨이 일어나서 목소리를 가다듬자 즐겁게 웃으며 얘기하던 이들이 그를 집중했다. “우리가 이렇게 다시 함께 모이니까 얼마나 좋으냐?” 하지만 ‘갑분싸’였다.

즐거웠던 대화 분위기에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1976년 챔피언 레이몬드 플로이드가 침묵의 분위기를 깨고 일어나더니 “떠날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줄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재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오일 머니가 후원하는 리브(LIV)골프 선수들의 현재를 반영한 상황이었다.

목요일 1라운드는 악천후 예보로 인해 출발 시간이 2시간 30분 지연됐으나 명예의 시타 행사가 이어졌다. 올해 74세인 왓슨은 행사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화요일 챔피언스디너 에피소드를 말했다. “우리 모두 프로 골프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안다”면서 “PGA투어나 리브가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는데 그럴수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왓슨과 니클라우스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마스터스]

84세의 니클라우스는 제이 모나한 PGA투어 커미셔너에게 일반적인 진행 상황을 묻는 것 외에는 PGA투어와 리브골프의 후원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간 협상은 일부러 화제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말하지 말라고 한다. 왜냐면 제게 질문을 하는 언론에 거짓말하거나 함구할 수 없으니까.”

88세의 플레이어는 어깨에 골프사우디의 로고를 달고 있지만 두 세력의 통일 이후 결과를 더 비관적으로 봤다. “간단하다. 골프 뿐 아니라 어떤 사업에서도 언제든지 대립이 있다. 그러나 충성스럽게 투어를 지켰던 선수에게 어떤 식이든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게 뭔지는 내년 챔피언스 디너에서의 화제로 남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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