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버 샷 임팩트에서 구질이 결정된다
내년 골프 드라이버 기술의 첨단은 관성모멘트(MOI: Moment of Inertia)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MOI를 통해 관용성(Forgiveness)을 높인 클럽이 화두가 된다는 말이다.
내년 시즌을 대비해 용품사들은 관성모멘트를 얼마나 최대 효율로 만드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단어 뜻을 물리학적으로 설명하면 MOI란 운동하는 물체가 계속 운동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골프식으로 설명하자면 임팩트에서 헤드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에너지를 공에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다.
‘가장 효율적으로 힘을 전달한다’는 건 공이 멀리 날아가야 하고, 또한 임팩트 때의 방향대로 잘 날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더 멀리 날려야 한다는 건 점차 한계성을 가진 명제가 되고 있다. 대신 방향성을 개선하는 과제는 꾸준한 발전시켜야 할 영역으로 남았다.
지난 3월 미국 골프 연습앱인 아르코스에서 GPS센서를 기반으로 총 6억5천만 개의 샷과 2천만개 이상의 티샷 데이터를 분석한 연례리포트를 보면 아마추어 남자 골퍼는 비거리 225.9야드인 것으로 조사됐다. 투어 프로의 지난해 드라이버 샷 평균 비거리가 299.6야드였던 것과 비교하면 프로와 일반 골퍼의 비거리 차이는 73.7야드에 이른다.

프로와 일반 골퍼의 5년간 드라이버(D)샷 비거리 비교
여기서 재미난 진실이 드러났다. 지난 5년간 평균 비거리를 보면 프로는 2018년 296.5야드에서 2020년 297.4야드로 크게 늘었고 점차 증가했으나 아마추어는 2018년 226.4야드로 최대 비거리를 낸 뒤로는 차이가 미미했다. 프로는 론치모니터나 생체 역학 등 과학 기술의 힘으로 비거리를 늘리지만 아마추어는 거리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의미다.
1900년대의 골프 대회에서 선수들의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160~200야드를 오갔다. 히코리 나무 드라이버에 깃털 볼에서 고무 소재의 공으로 바뀌면서 비거리가 대폭 늘었다. 1930년대는 감나무(퍼시몬) 드라이버로 발전했고 공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프로의 비거리는 220~260야드로 늘었다. 아마추어 비거리도 늘었다.
드라이버에서의 가장 큰 혁신은 1979년 테일러메이드의 게리 애덤스가 메탈우드를 개발한 데서 찾는다. 나무 소재에서 메탈 시대가 열린 뒤로는 티타늄, 카본 등 신소재가 적용되면서 골퍼의 드라이버샷 비거리 성장은 비약적이었다. 2005년부터는 무게 추, 로프트와 페이스 각 등을 골퍼가 스스로 조정(셀프튜닝)하는 기능까지 진화가 거듭됐다.
골프 규칙을 정하는 미국골프협회(USGA),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급증하자 헤드 크기를 460CC 이하로 규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헤드 반발계수를 0.83 이하로 제한했다.
지난해 초 양대 기구는 2026년부터는 프로 대회의 공인구 성능을 제한한다는 모델로컬규칙(MLR)을 제안했다. 그리고 7일(한국시간) 프로는 2028년부터 일반 골퍼는 2030년부터 새 공인구를 써야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프로 골퍼의 무한 비거리 증가를 막겠다는 게 이들의 일관된 입장인 것이다.

다양한 궤도와 샷 구질들
기술 발전과 규제의 다툼속에서 용품사들의 신제품 개발 방향도 비거리에서 방향성으로 옮겨졌다. 특히 연습량과 신체 조건에서 프로보다 현격하게 떨어지는 아마추어 골퍼의 샷 일관성과 궤도와 구질을 개선하는 기술이 나오는 것이다. 이때 가장 각광받는 물리학 원리가 MOI인 것이다.
방향성이 좋으려면 임팩트에서 헤드가 흔들리지 않거나 휘어질 요소를 최대한 흡수해야 한다. 정확한 스윗 스팟(sweet spot)에 맞지 않았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도록 스윗 에리어를 넓혀야 한다는 말이다. 그게 관용성이다. 한 때 MOI를 극대화한 사각형 드라이버가 나온 것도 관용성 향상에 방점이 찍힌다. 핵심은 헤드의 무게 중심이 최대한 뒤에 있어야 했다.
몇 년 전부터 용품사들은 가벼운 카본 소재를 도입해 크라운, 페이스 등에 적용하면서 무게를 뒤로 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공지능(AI)를 활용하거나 페이스를 비틀어 스윗 스팟의 영역을 넓히는 트위스트 페이스(twist face)기법도 관용성을 높이는 기술의 연장선에 있다.
슬라이스나 훅이 나면서 와이파이처럼 사방으로 휘어지는 구질을 페이드나 드로우로 완화하는 건 관용성을 높이는 데서 나온다. 오늘날 드라이버 헤드 제조 기술의 과제는 결국 휘어지는 궤도를 완화하고 펴주는 방향을 향한다. 샷 정확성이 향상되면 이는 자연스럽게 비거리 향상에도 기여한다.

나이가 들어도 누구나 우즈와 같은 정확성과 비거리를 원한다
일관성 없는 샷을 하고 스윗 스팟 맞히기 어려운 아마추어 골퍼가 MOI와 관용성을 알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로처럼 많은 연습량이나 자주 라운드를 할 수 없는 주말 골퍼일수록 내 샷 방향성을 조금이라도 개선해주는 클럽을 찾는다. 비거리 증가는 구질의 방향성이 개선되면 따라온다. 빗맞아도 비틀림이 적어 ‘굿샷’이 나와야 골퍼가 계속 골프에 빠진다.
주말 골퍼는 타이거 우즈의 비거리를 꿈도 꾸지 않는다. 하지만 우즈가 쓰는 드라이버로 공을 똑바로 보내고 싶은 욕구는 절실하다. 티샷이 페어웨이에 적중했을 때의 희열은 아마추어가 더 높다. MOI를 높인 드라이버가 내년에 등장해야 할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