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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한의 골프 담화설록] 서른, 또다른 의미의 잔치 꿈꾸는 박성현

김지한 기자2023.01.11 오전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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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새 골프웨어 후원 조인식에 참석한 박성현. 그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편해보였다. [사진 세마스포츠마케팅]

박성현은 2010년대 중후반 한국 여자 골프를 빛낸 골퍼였다. 국내를 정복하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도 통산 7승을 달성하고서 한국 선수로 역대 4번째 여자 골프 세계 1위에 올랐다. 호쾌한 플레이와 퍼포먼스를 더해 많은 팬들을 거느린 박성현은 한동안 국내 골프의 아이콘과 같았다.

하지만 최근 3년간 힘겨웠다. 어깨 부상을 시작으로, 컨디션 난조, 경기력 부진이 이어지면서 한동안 우승과 거리가 먼 골퍼가 됐다. 지난해 5월 그의 세계 랭킹은 274위까지 추락했다. 불과 3년 전 세계 1위를 오르내렸던 그의 랭킹이라곤 믿을 수 없는 순위였다. 공교롭게 2020년대 전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와 맞물려 박성현의 하락세도 끝모르게 이어지는 것 같았다.

부진을 겪고서 4년째, 다시 새 시즌을 맞이했다. 조급해질 법도 했다. 하지만 박성현은 달라져 있었다. 지난 9일 골프웨어 신규 후원 조인식에 참석한 박성현은 한결 심적으로 여유로워진 듯 했다. 그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들이 눈에 띄었다. 최근 몇년간 부진했던 경기력을 두고 "(한동안) 마음 아픈 날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도 인생에서 중요한 경험이라 생각한다. 매일, 매 대회 좋은 일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더 행복할 날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잘 해야 한단 심리적인 압박을 받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박성현이 하루 아침에 긍정적인 시각으로 현재의 상황을 맞이한 건 아닌 듯 하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내 투어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오르고서야 비로소 터닝포인트를 찾았다. 당시 수많은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오랜만에 우승 경쟁을 했고 국내외 투어 통틀어 4년여 만에 톱10 성적을 냈다. 이를 통해 자신의 경기력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았다. 박성현은 당시 대회를 마치고서 자신의 SNS에 "많은 분들이 준 에너지 덕에 정말 오랜만에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 모든 일은 혼자 이룰 수 없다. 항상 감사하다"고 적었다.


올해 부활을 다짐하는 박성현. [사진 세마스포츠마케팅]

이후 3개월, 최근의 변화에 박성현 스스로 주변에 "나이 먹어서 그런가"라는 농담까지 띄울 정도라고 전해진다. 그만큼 박성현이 보이는 심적인 여유가 주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성현의 매니지먼트사인 세마스포츠마케팅 관계자는 "팬들이나 미디어로부터 기대치가 컸던 선수였다보니까 한동안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쫓기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힘겨웠던 시간이 길어져 그런지 모르겠지만, 최근 몇달새 본인이 템포를 여유 있게 가져가려는 게 옆에서 봐도 느껴질 정도였다. 예전처럼 화려했던 걸로 돌아가려는 것보다 그 시기에 맞는 옷을 입고 좀 더 오래 골프를 하겠단 마음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경기력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고, 심리적인 어려움이 더해져 추락한 골퍼들이 적지 않았다. 예상보다 아픔의 시간이 길었지만, 그새 자신이 가야 할 길을 터득했다. 공교롭게 1993년생인 박성현은 올해 서른을 맞이한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그는 목표를 두고 "메이저 포함 3승을 거두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골프 내적으로 한층 성장한 한 시즌도 꿈꿨다. 박성현은 "진정한 30대가 됐단 생각이 든다. 어린 마음, 아기 같은 마음을 버리고 조금 더 성숙하게, 어른으로서 골프 안팎을 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더 넓어진 시야와 깊어진 마음으로 새롭게 골프를 대하겠단 각오가 엿보였다. 그는 체력 훈련 위주로 국내에서 새 시즌을 준비한 뒤, 20일에 미국으로 떠나 본격적으로 샷 훈련을 할 계획이다. 서른, 또다른 의미의 잔치 같은 한 해를 맞이하려는 박성현. 그의 별칭처럼 2023년을 '남다른' 시즌으로 보낼 수 있을까.

◆ ‘김지한의 골프 담화설록’은 말하고(談) 이야기하고(話) 의견을 전하고(說) 기록하는(錄) 한자 뜻을 모두 담아 골프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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