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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제대로 망신살 뻗친 KLPGA투어

김두용 기자2017.10.20 오전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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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진은 19일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라운드 중 코스 세팅 변화로 애초에 받았던 2벌타가 면책돼 6언더파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KLPGA 제공]

“다른 투어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투어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발생한 ‘벌타 논란’에 대해 골프 관계자들은 혀를 찼다. KLPGA 경기위원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자 선수들은 집단 반발했다. 선수위원회는 투표를 통해 ‘1라운드 취소’를 요구하는 등 대회 보이콧을 불사할 정도였다.

‘벌타 논란’의 전말은 이렇다. 최혜진이 벌타 면책을 받으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최혜진은 이날 10번 홀과 13번 홀에서 그린이 아닌 지역에서 공을 집어 들어 각 1벌타를 부과 받았다. 골프규정 18-2 ‘규정에서 허용된 경우를 제외하고 선수의 공이 인플레이 중일 때 선수, 파트너 또는 캐디가 공을 집어 올리면 1벌타를 받는다’는 룰을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경기 도중 갑자기 벌타가 사라졌고, 최혜진의 스코어가 최종 4언더파에서 6언더파로 조정되면서 공동 선두가 됐다.

경기위원회의 결정으로 최혜진뿐 아니라 모두 6명이 벌타를 면책 받았다. 경기위원회는 “프린지 길이가 3.6mm로 짧아 퍼팅그린 잔디 2.8mm와 육안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퍼팅그린 조성 시 기술적인 미비함이 있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애초 그린 주변의 프린지 지역을 퍼팅그린이라고 판단하고 볼을 집어 올린 최혜진과 박유나 등 6명에게 벌타가 부과됐다. 그러나 육안으로 구분이 안 되는 상황에서 미리 공지하거나 점으로 표시하지 못했다는 잘못을 인정해 벌타를 면책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라운드 중에 프린지가 퍼팅그린으로 바뀌었다.

프린지가 퍼팅그린으로 조정되면서 오전, 오후 조의 경기 조건이 바뀌게 됐다. 경기위원회의 ‘벌타 면책’ 결정이 났을 때 다수의 오전 조 선수들은 이미 라운드를 마친 뒤였다. 오전 조 선수들은 프린지로 여겼던 탓에 퍼팅그린에서처럼 공을 집어 들어 올린 뒤 다시 놓으면서 에이밍할 수 있는 규정을 적용할 수 없었다. 반면 오후 조 선수들은 애초 프린지로 명명된 곳에서 퍼팅그린 규정으로 플레이했다. 명백한 차별이자 코스 컨디션 변화다.

골프규정 33-2a/19에는 ‘OB 경계 말뚝을 허락 없이 제거하여 경계가 변경된 경우는 (이 같은 변화가 경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면) 그 라운드를 취소하고 다시 플레이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의 ‘벌타 논란’도 경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라운드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 한 경기위원은 “위의 사건은 OB 라인이 모호해 각기 다른 판정을 받다가 갑자기 OB 라인의 변경으로 규정 적용이 달라진 사건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위원회는 “티잉 그라운드 위치가 변경되거나 OB 말뚝 위치가 바뀌는 등 경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을 때만 라운드를 취소할 수 있다”고 말하며 ‘벌타 면책’ 철회를 거부하고 있다. 또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경기위원의 판단 미스로 비롯된 사안이다. 경기 취소 사유는 아니다. 책임자로서 사건의 책임을 지겠다”고 선수위원회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 의사까지 밝혔다고 전해지고 있다.


수잔 페테르센.

KLPGA 선수들이 공분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애초 한국 선수들에게 엄격한 규정 잣대를 들이대며 벌타를 부과했지만 외국인 선수가 강하게 항의하자 판정이 번복됐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LPGA투어 통산 15승을 챙긴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출전하고 있다. 페테르센도 1라운드 17번 홀 프린지에서 공을 집어 들었다. 경기위원이 벌타를 언급하자 페테르센은 국제 규정을 운운하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한국 선수들의 항의 때는 고압적인 자세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던 경기위원회가 초청 선수 페테르센이 반발하자 판정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런 경기위원회의 줏대 없는 처사와 행동들이 선수들을 더욱 화나게 했다.

이번 논란은 KLPGA 미숙한 경기 운영에서 비롯됐다. 프린지와 그린에 대한 구분은 누구보다 선수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런 선수들조차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코스 세팅을 했다는 게 핵심이다. KLPGA 경기위원 출신의 관계자는 “경기위원회의 준비 부족이 발단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책임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최진하 경기위원장의 자질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대회 운영 등 코스 세팅의 전반적인 부분을 총괄하고 있다. 결국 벌타 논란에 대한 총 책임자도 경기위원장에 있다.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지난해 KLPGA투어 카이도 MBC 플러스 여자오픈에서 손가락을 다친 선수를 자신의 카트에 태워 세 홀 이동시키는 비상식적인 처사와 판정으로 줄곧 지탄 받아왔다. 지난해 11월 팬텀 클래식 with YTN에서는 라이트를 켜고 연장전을 강행해 논란이 됐다.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라이트 연장전’이었다. 한 선수의 아버지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사례를 봤을 때 경기위원장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지난해 9월 영광CC에서 열린 KLPGA 챔피언스 오픈 8차 대회에서 경기위원이 라운드 중 OB 말뚝을 뽑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했지만 이를 거짓말로 무마하며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 당시 최진하 경기위원장은 “코스 세팅을 점검하지 못한 건 변명의 여지없이 경기위원의 잘못이 맞다. 하지만 말뚝은 코스 관리팀이 제거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

1부 투어 대회 운영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경기위원장을 자리에 앉힌 강춘자 KLPGA 수석부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강 부회장은 지난해 5월 갑자기 KLPGA 경기위원장 지원 자격 조건을 바꾸면서 최진하의 선출을 위해 편법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당초 경기위원장의 자격 조건이 6년 이상이었지만 갑자기 4년 이상으로 조정되면서 최진하의 후보 등록 요건이 갖춰졌다. 대한골프협회에서 경기위원을 역임했던 최진하는 지원 당시 1부 투어 경기 운영 경험이 10경기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경험이 부족했다.

결국 KB금융 스타챔피언십 2라운드는 선수들의 집단 반발로 파행 운영을 예고하고 있다. 20일 8시10분부터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벌타 논란’이 해결되지 않아 처음에는 9시10분에서 또 다시 9시40분으로 첫 조 티타임이 변경됐다. 결국 선수들의 보이콧이 이어지자 KLPGA투어는 1라운드 전면 취소 결정을 내렸다. 20일 오전 10시40분부터 1라운드가 다시 시작되고 대회는 54홀로 축소됐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 3대 투어로 최고의 투어를 지향하고 있는 KLPGA투어는 박인비, 이미향, 수잔 페테르센 등 세계 톱랭커가 참가한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벌타 논란’으로 제대로 망신살이 뻗쳤다. 세계적인 투어라고 자부하기에는 너무나 미숙하고 민망한 경기 운영이다. 사태 수습 과정도 선수위원회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해 3월 김상열 회장이 취임하면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했지만 KLPGA는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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