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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의 맛집 풀스윙 2] 셰플러와 켑카의 대비

남화영 기자2023.03.14 오전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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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로 오른 셰플러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에피소드 2번째편 ‘우승 아니면 무의미’의 무대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WM피닉스오픈이 열리는 2월의 애리조나 TPC스콧데일에서 시작해 두 달 뒤에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까지 이어진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중에 가장 프라이빗한 골프장이 넷플릭스에 문을 열었다는 건 이를 통해 골프를 전세계 파급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리고 짐작하다시피 지난해 2편의 시작과 끝은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첫승부터 4승을 올린 곳이다.

셰플러는 지난해 2월초 세계 15위로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우승을 추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WM피닉스오픈에서 깜짝 첫승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아놀드파머인비테이셔널과 WGC 델매치플레이에서 연달아 우승하면서 생애 처음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소박한 일상을 보내는 셰플러 [사진=넷플릭스]

셰플러는 마스터스에서도 넷플릭스 팀의 주목을 받으며 입성한다. 바람이 많이 분 둘째날 5타를 줄이면서 5타차 단독 선두로 나섰던 셰플러는 끝내 드라마틱한 우승을 거머쥔다. 부인 메리디스와 결혼한 지 두세 달에 불과한 셰플러는 넷플릭스 팀과의 인터뷰에서도 “골프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언젠가 잘 되겠지”라며 겸손한 자세로 답한다.

넷플릭스가 찍은 셰플러는 쉬는 날이면 부인과 동네 거리를 산책하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먹는 등의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 지나친 경쟁과는 거리를 둔다. 이제 막 세계 정상에 올라선 셰플러로서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다. 이제 막 우승의 맛을 보고 정상에 오른 새내기의 풋풋함이 느껴진다.

반면 2018년 한국에서 열린 더CJ컵에서 우승하며 세계 1위에 올랐고 몇 번의 부침이 있었으나 정상을 47주간 지켰던 브룩스 켑카는 골프 외 일상에서도 골프에 집착하곤 한다. 피닉스오픈에서 2번이나 우승했던 켑카는 지난해 대회에서도 우승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우승 경쟁 끝에 3위로 마쳤다. 우승까지 바라봤으나 파3 16번 홀에서 터무니없는 실수를 하면서 보기를 한 것이 패인이라고 생각한다. 기자회견에서 “운이 나빴다”고 말하고 집으로 왔다.

1위였다가 하락한 켑카 [사진=넷플릭스]

플로리다 주피터에 위치한 으리으리한 그의 저택에서도 켑카는 계속 ‘왜 우승하지 못했을까’ 자문한다. 그리고 어느새 ‘추락하고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 집에서도 코치를 불러 퍼팅 테스트 기계를 가지고 자신의 스트로크를 체크하는 등 쉬지 않고 뭔가를 지키려 한다.

그리고는 넷플릭스 팀에 얘기한다. “쉴 때도 TV를 보면서도 밤에 자려고 누워도 항상 대회에 대해 생각한다”면서 “우승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놓는다. 2017년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켑카는 그의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2년 동안 4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랬던 켑카가 어느 순간 부상에 시달리더니 우승과는 거리가 점차 멀어졌다.

무릎 양쪽이 번갈아 아프다가 엉덩이가 쓰리는 등 부상이 이어지자 켑카의 조급증은 심해졌다. 함께 살고 있는 약혼녀 제나 심스도 “처음 연애할 때는 우승이 너무 쉬워 보였는데 이제는 항상 대회 생각만 하는 것 같고 우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앞 바다가 보이는 저택의 풀장에 뛰어들거나 휴식을 하면서도 우승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는 그의 표정에는 조급함이 묻어난다. 켑카는 그로부터 2달 뒤에는 마스터스에서 컷 탈락하고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갔다.

켑카는 밤늦게 집에서도 퍼트연습을 한다 [사진=넷플릭스]

사우디 아라비아의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리브골프가 생겼을 초창기만 해도 PGA투어를 옹호하던 켑카는 돌연 리브로 이적했다. 그가 자신의 진로를 급격히 튼 이유는 우승을 연달아 거두던 자신의 옛 모습을 찾고 싶거나 변화의 계기를 새로운 환경에서 마련하기 위한 충격 요법은 아니었을까?

골프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 않고 2위를 해도 상금은 엄청나게 주어진다. 어떤 이들은 톱10에만 들거나 심지어 컷을 통과만 해도 기쁘게 여긴다. 하지만 정상을 한동안 누렸고 자신의 것이라 여겼던 켑카와 같은 선수는 ‘우승 아니면 무승’으로 단정하면서 스스로를 몰아치는 경향을 보여준다. 투어를 지배했던 이들이 갖는 그걸 놓쳤을 때의 상실감은 상상 외로 크다.

넷플릭스팀이 셰플러의 1위 부상을 표현하는 방식은 켑카와 대비되는 교차 편집이라는 점에서 돋보였다. 검소하고 수수한 미래의 영웅과 화려하지만 음울한 과거의 영웅이라는 서사도 흥미로웠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넷플릭스 시즌1의 2편에서는 지나가는 모습만 나오지만 내년에 나올 시즌2에는 안 나오리라는 법도 없다. F1레이싱을 다룬 넷플릭스 인기 스포츠 다큐 ‘본능의 질주’에서도 안 나올 것 같던 루이 해밀턴이 시리즈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어지자 등장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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