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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더니 우승오더라"

이지연 기자2019.05.06 오후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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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을 확정지은 뒤 하늘을 보며 세리머니를 하는 김세영. [사진 메디힐 제공]

디오픈을 여섯 차례나 제패한 전설적인 골퍼 해리 바든(1870~1939)은 "골프는 아침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저녁에는 자신감을 잃게 하는 게임”이라고 했다. 골프에 완벽이란 있을 수 없으며, 전날에 60타대 타수를 쳤다가도 오늘 80타대 타수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7승의 김세영은 다행히 아침에 자신감을 잃었다가 저녁에 자신감을 얻으면서 해피엔딩을 맞았다. 골프 장갑을 벗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일리시티의 레이크 머세드 골프장(파72)에서 끝난 메디힐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김세영은 3타를 잃는 부진 끝에 최종 합계 7언더파로 가까스로 연장전에 합류한 뒤 첫 홀 버디로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8승 째다.

김세영은 3라운드까지 2위 그룹과 3타 차 선두를 유지했다. 1라운드에서 이븐파를 친 뒤 2라운드 6언더파, 바람이 강했던 3라운드에서도 4언더파를 적어내며 60타대 타수를 친 4명 중 한명이었다.

그러나 강한 바람에 체감 온도는 영하로 떨어진 최종 라운드에서 김세영의 샷은 얼어붙었다. 전반 9홀에서는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지더니, 후반 9홀에서는 우측으로 밀리는 샷이 나왔다. 김세영은 "경기 내내 스윙을 바로 잡느라고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어렵지 않게 우승컵을 들어올릴 것으로 예상됐던 김세영의 예상 밖 부진으로 우승 경쟁은 혼전 양상이 됐다. 투어 3년 차인 브론테 로(잉글랜드)가 7타를 줄이면서 생애 첫 승에 가까워졌고, '슈퍼 루키' 이정은도 5타를 줄여 첫 승 도전에 박차를 가했다.

15번 홀(파5)에서야 첫 버디가 나와 공동 선두로 다시 올라선 김세영은 17번 홀(파3)에서 찬물을 끼얹는 보기를 범했다.

그러나 장타자인 김세영에게 18번 홀(파5)에서 다시 기회가 왔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린 뒤 4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 입구에 떨어지면서 이글 기회를 맞았다. 이글은 놓쳤지만 버디를 기록하며 연장전에 합류하게 된 김세영은 자신을 리셋했다. 김세영은 "연장전에 들어갈 수 있게 됐으니 어떻게든 이기자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 것들이 연장전에서 강한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LPGA투어에 데뷔한 김세영은 총 7승 중 3승(2015 퓨어실크 클래식, 2015 롯데챔피언십, 2016 마이어클래식)을 연장전에서 거뒀다. 연장 전적 3전 전승을 기록할 만큼 연장전에 강했다.

연장전에 들어간 김세영은 정규 대회 18번 홀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플레이를 펼쳤다. 첫 번째 샷에 이어 두 번째 샷 모두 같은 자리에 떨어졌고, 가볍게 버디를 잡아내며 첫 홀 만에 승부를 끝냈다. 김세영은 "오늘 라운드가 롤러코스터 같았다. 전반 9홀에서 너무 못친 것이 아쉬웠는데, 마지막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우승이 더욱 만족스럽다"고 했다.

2015년 투어 데뷔 뒤 5년 연속 우승 바통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김세영은 "내 목표는 골프 명예의 전당인데 그 목표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아서 뜻 깊은 우승"이라고 기뻐했다. 5년 연속 우승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나의 열정이나 우승에 대한 갈망에 대해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원하고 노력하는 것이 꾸준히 우승할 수 있는 이유"라고 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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