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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 찬반으로 KLPGA 정관 개정,임원 선출제에서 회장 선임제로

이지연 기자2019.03.22 오전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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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김상열 회장이 자리한 가운데 KLPGA 정기총회가 열렸다. 이날 총회는 임원 선출제를 회장 지명제로 하는 정관 개정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렀다. [사진 KLPGA]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진통 끝에 ‘임원 선출 방식 및 단임제’를 골자로 한 정관을 개정한다.

KLPGA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치른 정기총회에서 수석부회장과 부회장·전무이사를 회장이 지명해 선임하되, 4년 단임제로 임기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KLPGA는 이에 앞서 지난 7일 이사회를 통해 협회 집행 임원인 수석부회장과 부회장, 전무이사를 기존 대의원 투표로 선출하던 방식에서 회장이 지명해 선임하는 것으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사회 이후 한 이사가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회장 선임제’의 문제점을 두 차례에 걸쳐 문자로 알리면서 총회 전부터 논란이 예고됐다. 해당 이사는 “정관 개정이 총회에서 통과된다면 회장이 지명한 임원이 6명(사외 이사 3명, 집행 임원 3명)이 된다. 회장을 포함하면 이사회 의결권 수 15명의 과반수에 가깝기 때문에 이사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고 주장했다.

KLPGA는 정관 개정안 승인을 위한 총회 상정에 앞서 이날 오전부터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가졌다. 오전 9시30분에 시작한 대의원 설명회에는 제적 대의원 69명 중 43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오전 내내 진행된 난상 토론에도 일부 대의원들이 정관 개정에 반대 의견을 보이면서 설명회가 길어졌다. 총회는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춰진 오후 1시30분에 시작됐다.

김상열 KLPGA 회장의 주재로 진행된 총회에서 지난해 사업보고 및 결산 승인, 올해 사업 계획 및 예산 승인 안건에 이어 ‘임원 선출 방식 변경 및 단임제’를 골자로 한 정관 개정건이 상정되자 조용했던 총회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김 회장이 정관 개정의 이유에 대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현재 명예직이나 다름없는 회장의 권한을 넓혀 적극적으로 협회 운영에 힘을 쏟겠다. 이를 통해 KLPGA 투어를 세계 수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지만, 일부 대의원들의 반론이 이어졌다.

이영귀 대의원은 “회장이 수석 부회장과 부회장·전무이사 등을 지명·선임하겠다는 것은 대의원의 임원 선출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회장을 통한 임원 지명은 오히려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며, 회원들의 균형 및 소통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표했다.

이에 김 회장은 “여러분들이 염려하고 있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정관 개정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KLPGA 회원이 3000명인데 한 사람이 4년, 16년씩 임원을 하면 아무리 유능해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독재를 하면 교만해진다. 이런 부작용과 폐단을 없애기 위해 임기 2년을 남겨둔 상태에서 조용히 가고 싶지만 뭔가 해야겠다 싶어 내 주도로 정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부 대의원들의 반론이 이어지자 김 회장은 “마이크 빼앗으세요”, “의장에게 발언권을 얻어서 말을 하세요”라고 언성을 높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어 “일부 회원들이 내 순수한 의도를 왜곡해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러분이 나에 대해 신뢰하지 못한다면 이 자리에서 회장직을 사퇴할 용의도 있다”며 초강수를 뒀다.

총회장 내부는 정관 개정안이 거수로 찬반에 부쳐지면서 더 소란스러워졌다. 김 회장이 “(찬성과 반대를 한 사람이)잘 보이게끔 사진을 찍어 놓으라”고 협회 직원들을 향해 주문하자, 한 회원이 “공산주의냐”라며 격렬히 항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몇몇 대의원들이 “무기명 투표를 하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거수 찬반 투표는 강행됐고, 찬성 41표, 기권 1표, 반대 3표로 정관 개정이 승인되면서 총회는 막을 내렸다. 통과된 개정안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거쳐 시행된다.

하지만 총회가 끝난 이후에도 일부 이사와 대의원·회원들이 총회장 밖에서 이번 정관 개정안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끝까지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예고해 귀추가 주목된다. 한 회원은 “정관이 개정되면 이사들은 전체 회원에게 인정받기보다 회장에게 인정받으려고 소신 있는 발언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이사회에서도 거수로 찬반을 묻는 방식을 취해 왔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는 회원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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