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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오른 박성현 "PGA투어 수준의 숏게임에 도전"

이지연 기자2019.03.06 오후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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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필리핀에서 열린 필리핀여자프로골프투어 더 컨트리클럽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 3번 홀에서 퍼트 라인을 읽고 있는 박성현. 그의 퍼트는 올해 그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다.[골프전문 사진기자 박준석]

5일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솔레어리조트. 박성현(26)은 새벽 1시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자신의 소셜미디어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축하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 3일 막을 내린 미국여자골프협회(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을 제치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탈환했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생각보다 빨리 1위가 됐다. 순위가 바뀔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시즌 두 대회 출전 만에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한 박성현은 요즘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다. 최고의 감이었던 2015년과 비슷하다고 평했다. 박성현은 “태국에서 시즌 첫 대회를 시작할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스코어가 잘 나오진 않았지만 경기감이 떨어져 있었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박성현은 자신의 시즌 두 번째 대회였던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인생 경기’를 펼쳤다. 쭈타누깐은 3라운드까지 박성현에 4타 차 선두였다. 그러나 최종일에 선두로 11번 출발해 9번 우승했을 만큼 웬만해선 역전패를 허용하지 않은 쭈타누깐도 박성현의 샷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박성현은 “사실 많은 분들이 잘 모르겠지만 올해 스윙과 숏게임이 많이 좋아졌다. 자신감이 있으니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이 올라온 것 같다. 마지막 날에는 주위 갤러리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경기에 몰입했다”고 말했다.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일에서 보여준 숏게임 감각은 ‘박성현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박성현은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달라진 건 아니다. 미국에 가면서 많이 달라진 잔디 환경에 부담이 컸다. 그러나 부담을 가질수록 안 되는 법이다. 실수를 하더라도 편안하게 하자는 마음을 가진 뒤로는 잘 되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린 주변 플레이가 생각대로 되기 시작했는데, 그런 느낌을 가지고 동계훈련을 하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퍼트에 대한 고민도 올 시즌에는 해소됐다. 박성현은 루키 해였던 2017년에 온 그린 시 퍼트 수 9위(1.76개)에 올랐을 만큼 퍼트를 잘 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온 그린 시 퍼트 수 60위(1.8개)로 중하위권에 그쳤다. 올해는 1.73개로 다시 11위다. 박성현은 “2016년 시즌의 퍼트 영상을 보면서 어드레스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지난해에는 너무 멀리 섰고, 스탠스가 넓었다. 다시 스탠스를 좁히고 가까이 서니 퍼트감이 좋아졌다”고 했다.

산적했던 숙제를 해결한 박성현이지만 그는 아직 숙제가 많이 남았다고 여긴다. 박성현은 “아직 완벽하게 샷을 구사하지 못하는데다 배우고 싶은 샷이 많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 선수들은 보면 공이 굉장히 어려운 라이에 있어도 그린 위에 딱 세우는 샷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동영상을 열심히 보고 있지만 아직은 그 비결을 정확히 모르겠다. 그러나 언젠가 PGA투어 수준의 숏게임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현의 시즌 목표는 5승이다.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4월 초 열리는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퍼레이션이다. 박성현은 “우승권에 갔다가 우승을 못했던 대회다. 코스도 나와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아쉬움이 많았다”며 “우승을 한 뒤 호수에 빠지는 세리머니도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세계랭킹 1위가 되면서 목표 하나가 더 추가됐다. 루키 해였던 2017년 11월에 1주간 세계랭킹 1위를 하다 내려왔던 그는 지난해에는 10주간 1위 자리를 지켰다. 4개월 만에 다시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한 박성현은 “두 번째 때보다는 더 길게 이 자리를 유지하고 싶다. 새로운 동기부여가 생긴다”고 미소지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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