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은 인생 최고의 책으로 <잠>을 꼽았다.
필드에서 홀로 싸우는 승부사들이 꼽은 ‘인생 최고의 책’을 알아봤다.
김인경 슬럼프 극복 도움 준 <조선왕조실록>에 담긴 교훈
“왕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고, 겨우 말 한마디에 나락으로 떨어진 문신도 있었다. 내 삶만 힘든 게 아니라고 깨달았다. 이 책에서 희망을 얻었다.”
김인경은 LPGA투어 통산 7승을 거둔 톱 랭커다. 성공의 밑바탕엔 ‘최악의 기억’을 극복해낸 경험이 있다. 2012년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30cm 퍼팅을 실패해 우승을 놓쳤다.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나 슬럼프를 극복하고 5년 만에 우승컵을 다시 들었다. 비결로 <조선왕조실록>을 꼽았다. 우연히 공항에서 이 책을 사서 이틀 만에 독파했다고 한다.
LPGA 다독왕 고진영 <나는 진짜 원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가>
“골프를 하면서 대부분의 결정은 부모님이 하셨다. 그러나 미국 진출은 스스로 결정하고 싶었다. 이에 대해 고민을 하며 읽었던 책이다.”
고진영은 인생 신념을 ‘골프만 잘하는 바보는 절대 되지 말자’라고 말할 정도로 책을 가까이하고 있다. 지난해 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으로 올해 미국 무대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고민은 깊었다.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지?’ 스스로 던진 질문이다. 고진영은 ‘원하는 인생’을 찾아 미국으로 향했다. 그러곤 지난 2월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 정상에 올랐다. 67년 만에 나온 루키의 데뷔전 우승이다.
2017년 최고의 해를 맞게 해준 이정환의 <강심장 트레이닝>
“불안한 마음은 필드까지 이어졌고 성적은 떨어졌다. <강심장 트레이닝>은 그때 마음을 다잡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힘들 때마다 찾아 지금까지 5번 넘게 읽었다. 책을 읽고 나서 나만의 루틴도 생겼고 마음도 편안해졌다.”
‘아이언 맨’ 이정환은 이 책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정환은 지난해 2010년 1부 투어 데뷔 후 7년 만에 절정의 기량을 뽐내며 늦깎이로 주목 받았다. 늦게 주목 받은 만큼 슬럼프는 길었다고 한다. 힘든 시기를 함께한 이 책을 ‘인생 최고의 책’으로 꼽았다. 골프를 ‘즐겁게’ 하고 싶다는 이정환의 다짐은 이 책에서부터 시작됐다.
감성도 남다른 박성현의 <잠>
‘어쩌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은/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을 만난 일이다 - 너라는 숲, 이애경.’
박성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런 책의 문구를 직접 찍어 올린다. 자신의 감정을 다양한 글귀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그가 올린 200여 개의 게시물 중 유일하게 책을 직접 찍어 소개한 것이 <잠>이다. 지난해 LPGA투어 역사상 39년 만에 선수상과 신인왕을 석권하고 상금왕까지 달성해 3관왕에 오른 박성현과 이 책의 주인공은 닮은 듯하다. 책은 28살의 의대생이 ‘꿈’에 얽힌 비밀과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두용 기자 jung.duyong@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