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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렉시 톰슨 벌타 논란

이지연 기자2017.04.04 오전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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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전에서 유소연에게 패한 뒤 쓸쓸히 돌아서고 있는 렉시 톰슨.경기는 끝났지만 룰 판정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LPGA]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 ANA인스퍼레이션에서 일어난 벌타 사건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골프전문인 골프채널은 4일(한국시간) 톰슨의 벌타 사건과 관련된 골프계의 후폭풍을 기사로 다뤘다. 골프채널은 "톰슨 논란이 일어난 지 24시간이 지난 지금 골프계에서는 LPGA의 룰 판정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톰슨은 하루 전인 3일 막을 내린 최종 4라운드 12번 홀까지 2타 차 선두였다. 그러나 12번 홀을 마친 뒤 찾아온 경기위원에게 4벌타를 통보받고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전날 3라운드 17번 홀(파3) 그린 위에서 공을 들어올렸다가, 다시 놓는 과정에서 공의 위치가 달라졌다는 리플레이스 위반에 대해 한 시청자가 제보한 것이 문제가 됐다. 골프 규칙에 따르면 원구와 다른 잘못된 위치에서 플레이를 하면 2벌타(제20조 7항)를 받는다. 잘못된 스코어카드를 낼 경우에도 2벌타(제 6조6항)를 받게 돼 있다. 이에 따라 톰슨은 4벌타(오소 플레이 2벌타+스코어 카드 오기 2벌타)를 받았다.

16언더파를 기록하다 12언더파로 내려앉은 톰슨은 버디 2개를 추가해 유소연과 연장전까지 갔다. 그러나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파에 그치면서 버디를 잡은 유소연에게 패했다. 톰슨의 명백한 실수였지만 집에서 TV로 경기를 보던 시청자의 제보가 하루가 지난 뒤 받아들여졌다는 과정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다분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네트워크서비스(SNS)에 "시청자는 경기위원이 되어선 안 된다"고 썼다.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도 자신의 트위터에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시청자가 제보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바뀌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톰슨 사건은 최근 전 세계 골프 룰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고민 중인 골프 룰 개정과도 연관이 있다. R&A와 USGA가 지난 달 새로운 룰 개정에 대한 안을 마련하고 발표한 바에 따르면 향후에는 경기가 끝난 뒤 룰 판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배제하기로 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비디오 판독을 통해 잘못된 결정이 밝혀지더라도 플레이어의 '합리적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USGA의 경기위원회 시니어 디펙터인 토마스 페이젤은 "민감한 상황 앞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선수의 판단과 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개정되는 골프 룰은 오는 2019년에나 적용될 전망이라 톰슨 사건은 해당 사항이 없다. 페이젤은 "톰슨 사건으로 인해 룰 개정을 앞당길 수는 없다. 지금은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결론에 이를 때까지 성급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했다.

USGA와 R&A는 오는 8월까지 선수 및 아마추어 골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초에 초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개정된 규칙은 규칙위원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2019년 1월부터 시행된다. 페이젤은 "룰 개정의 과정은 한 사건, 사건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골프 룰을 현대적으로 바꾸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한 사건 때문에 골프 룰을 바꾸려고 하면서 그 룰 변경으로 인해 일어날 일들을 고려하지 않는 건 오히려 골프 경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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