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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빼고 다 바꾼 리디아 고

이지연 기자2017.02.14 오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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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에 이어 코치, 클럽, 골프웨어 그리고 스윙까지 교정한 리디아 고. 그는 "옳은 결정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 올랜도=고성진 기자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20·뉴질랜드)는 지난해말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2014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줄곧 함께 했던 스윙 코치 데이비드 레드베터(미국)와 갈라섰다.

미국 용품업체인 PXG와 후원 계약을 맺고 클럽도 바꿨다. 골프웨어도 다른 회사 제품으로 갈아입었다. 이 정도면 ‘이름만 빼고 다 바꿨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겨울 캠프 기간 스윙이나 클럽 구성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선수들은 많다. 그러나 리디아 고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송두리째 바꾸는 경우는 흔치 않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겨울 훈련을 하고 있는 리디아 고를 최근 만나 변화를 선택한 이유와 2017년 시즌을 앞둔 소감을 들어봤다. 리다아 고는 “주변에서 걱정하는 이도 많은데 옳은 결정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2014년 투어 데뷔 후 ‘컴퓨터 샷’을 앞세워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를 평정했다. 2014년 3승, 2015년 5승을 거뒀다. 지난해에도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을 포함해 4승을 거뒀다. 온 그린 시 퍼트 수 1위(1.71개), 라운드 당 퍼트 수 1위(28.31개)에 올랐다. 그러나 뛰어난 성적에도 올해의 선수상이나 최저타수상 등의 타이틀은 따내지 못했다. 2015년 각각 43위(75.4%)와 2위(77%)였던 티샷과 아이언 샷의 정확도가 68위(70.9%)와 31위(70.4%)로 떨어지면서 컴퓨터 샷의 명성에 흠이 갔다. 리디아 고는 “기록이나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샷의 일관성이 떨어진 것이 아쉬웠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월 초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리유니언 골프장에서 겨울 훈련을 시작한 리디아 고는 새로운 코치로 개리 길크라이스트(남아공)를 선임했다. 길크라이스트는 재미동포 미셸 위와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지낸 청야니(대만)를 지도하면서 유명해진 코치다. 현재는 청야니를 비롯해 여자골프 세계랭킹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4위 펑샨샨(중국), 폴라 크리머(미국) 등을 가르치고 있다.

리디아 고는 “길크라이스트는 심플하게 가르치는 게 장점”이라며 “그 덕분에 정신적인 면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길크라이스트의 지도를 받고 어드레스 자세부터 바꿨다. 오른 쪽 어깨를 더 낮추면서 왼쪽 골반이 약간 높아진 모습이다. 백스윙 때 체중 이동을 원활하게 하면서 파워를 늘리기 위한 방법이다.


가장 큰 변화는 백스윙이다. 리디아 고는 레드베터에게 배우면서 오른손 그립을 약하게 하고 왼손을 많이 밀어 클럽을 가파르게 들어 올리는 이른바 ‘A스윙’을 구사했다. 그러나 A스윙은 파워를 늘리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확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길크라이스트의 지도를 받으면서 리디아 고의 백스윙 궤도는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완만해졌다. 클럽을 인위적으로 들어올리지도 않는다. 코킹을 할 때까지 클럽을 자연스럽게 밀어준다.

리디아 고의 아버지 고길홍씨는 “얼마전 까지만 해도 백스윙 때 왼손으로 궤도를 만들면서 클럽을 들어올리고 다운스윙 때도 그 궤도를 만들다보니 슬라이스, 훅 같은 미스 샷이 많이 나왔다. 미스 샷을 내지 않기 위해 손목 로테이션을 빨리 하다가 미스 샷이 더 많이 나왔는데 스윙을 고친 뒤 일관성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리디아 고는 16일 개막하는 ISPS 혼다 호주여자오픈으로 2017년 시즌을 시작한다. 리디아 고는 “어느 때보다도 코스에서 적응 훈련을 많이 했다. 여러가지 변화를 주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했다. 신인이 된 것 같은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어느덧 프로 4년차가 된 그는 “주위에서 '너도 이제 나이가 먹었네'라고 말한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매 순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한다”며 “내가 목표로 삼은 기록만 생각할 뿐 성적은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티샷과 아이언 샷의 정확도가 다시 좋아지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올랜도=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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